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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수준에서 아주 위험한 수준

위험한 수준에서 아주 위험한 수준


요즘 들어 사람들은 다시 그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일례로 만일 당신이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앞에서 잠시 가던 길을 멈춰서 보면 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악마고기는 19세기 초에는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었다. 당시 사람 들은 귀신고래를 무자비하게 죽였다. 심지어 몇백 마리밖에 남지 않았는데 도 몰이사냥을 중단하지 않았다. 1946년에야 비로소 그들은 자연보호 아래 놓이게 되었는데, 그 시점은 정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이었다. 오늘날 그들의 개체 수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20()1 년 세계야생동물기금 협회(WWF)는 표본조사에서 그 수를 27,000으로 추정하기는 했으나, 이들의 몇몇 개체군은 다시 만회할 수 없을 정도로 사라지고 만 상태다. 


귀신고래의 절대적인 포획금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들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나 라들도 여럿 있는데, 물론 그건 이미 언급했던 소위 학술적인 목적에서다. 그 밖에도 귀신고래가 해안 가까운 곳으로 찾아들기 때문에 그들은 산업폐 수로 심각하게 위협을 받게 되거나 혹은 그물에 걸려 잡히고는 한다. 많은 곳 에서의 고래 관찰하기 무리가 그들을 추적해대는 성격을 띠기 때문에 귀신 고래들 다수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무전기로 서로서로 위치를 알리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고래를 쫓아다니는 쾌속정과 유람선은 사려 깊은 고래 관찰자들이 모는 조용한 모터 보트와는 전혀 다르다.



거대 고래들 중에서 국제연합의 보호를 누리는 고래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귀신고래 이외에 남방긴수염고래도 역시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소멸 된 이후가 되어서 이런 보호를 받게 되었다. 애초 고래사냥이 시작되기 전 이 들의 개체 수는 대략 7만 마리 였는데 현재는 겨우 7천 마리 정도만 살아 있다 (불과 몇백 년 전의 산업화된 사냥이 시작된 시점부터의 계산임). 북극고래도 역시 비 슷한 처지이다. 그린란드 근처에 서식하는 이들의 수는 예전에는 25,000마 리로 많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고작해야 1 백 마리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쇠 정어 리고래인 남방밍크고래그이는 자연보호의 덕을 보는 유일한 고래종으로 몇십만의 개체 수를 유지하며 상당한 번성을 구가하고 있다. 그 외의 모든 다 른 종들은 위험한 수준에서 아주 위험한 수준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에 처해 있다. 3백 년 전에는 25만 마리나 있었던 막강한 대왕고래는 이제 겨우 5천 마리 정도만 남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그 동물을 만나는 일은 이제 로또 당첨보다도 힘들게 되었다.


그럼 거대 고래 중 유일한 이빨고래아목인 모비 딕은? 1980년대 초까지 전 세계적으로 향유고래의 사살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 다. 현재 그들이 얼마나 살아남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전에 3백만 마리 나 있었던 동물들의 개체 수가 오늘날에는 겨우 1 만 마리도 넘지 못한다. 하 지만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향유고래가 1 백만 마리 정도 되었다 하더라도 그 것이 미친 파장은 가히 극적이라 일컬을 만했을 것이다. 3분의 1 로 집단의 크 기가 줄어들 정도의 생태학적 요인이라면 자동적으로 결정적인 변화들을 가 져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펴본 바와 같이 진화 양은 자신의 창조물에 좌지우지되 지는 않는다. 물론 지구의 역사가 진행되면서 한 종이 소멸하는 것은 수백만 년에 걸쳐서 일어나기도 해서, 이 런 점차적인 과정 속에서 후계자들은 조금 씩 나름의 영역을 새로이 점 령해갈 수가 있었다. 메갈로돈 같은 놈도 한동안 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바다의 왕으로 군림했는데, 그것은 놈의 존재 자체가 다른 물고기와 고래들이 아무 거리낌도 없이 번식해나가지 못하게 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결국에는 백상어가 놈의 경쟁자로 성장하 게 되었다. 그러한 이행은 그야말로 아주 천천히 이루어졌다. 메갈로돈은 그 어떤 생태학적인 틈도 남기지 않았고, 놈을 대체한 새로운 생명체가 그 임무 를 이어받았다一어이, 너네 귀여운 바다소들!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백 상어가 되시겠다. 메갈로돈은 지느러미를 움직이지도 못한 채 다소곳이 학밍은 HiLienopMv borucwnxis이다. 다. 이제부턴 너회들이 나한테 잡아먹히게 될 거다. 잘 가! 메갈로돈들은 멀 뚱히 쳐다만 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인간은 한 종의 멸종을 너무도 극적으로 가속화시켜서, 이 멸종을 메울 수 있는 자연적 조절의 과정이 전개 되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가 진화 양을 찬밥신세로 만드는 짓을 한 것이다. 지구역사에서 전에는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우리가 20세기 에도 모든 국가들이 계속해서 제멋대로 대형 고래를 사냥하는 것을 허용했 더라면, 오늘날 거의 모든 고래들은 사라져버 리고 말았을 것이다. 만일 그랬 다면 아마 그 결과로 크릴새우와 다른 플랑크톤 종류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 식되었을 것이다. 우리 행성의 주변조건들이 얼마나 예민하게 서로서로 얽 혀 있는지를 똑똑히 본다면, 그리고 거기서 극히 미세한 생명체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똑똑히 본다면, 그런 것들을 걸러 먹고사는 이 대형 동물의 탈락이라는 사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도 생생하게 상상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빨고래아목의 고래들도 멸종위기의 걸러 먹고사는 동물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18미터까지 크는 향유고래에 대해서 상세히 알아보았다. 녀석은 산 업적으로 사냥되는 유일한 이빨고래아목 고래다. 향유고래는 물고기와 갑각 •류 동 물들을- 잡아먹는다. 하지만 녀석의 식량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두족류인데, 이들의 일부는 아주 깊은 곳에서 산다. 이들을 잡아먹기 위 해서 향유고래는 말 그대로 머리를 쓴다. 그 머리 속에는 진기한 어떤 물질이 들어 있어서 이것을 얻으려고 이미 수백 년 전부터 고래잡이들이 등장하여 바다로 몰려나가게 되었으니, 그것이 이른바 경랍(WalraiF")이라는 것이다.


대체로 봐도 향유고래의 머리는 뭔가 아주 특별하다. 완전한 사각머리에 다 상자모양이고, 자기 몸길이의 3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아주 긴 편이다. 반면에 이빨로 무장이 된 아래턱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좁다랗다는 인상을 준 다. 향유고래의 위턱에는 이빨이 없고, 그 대신 아래턱의 이빨들이 정확히 들 어가 있을 수 있게끔 움푹 들어간 작은자리들이 있다. 컨테이너처럼 생긴 머 리 안에는 뇌도자리를 잡고 있다. 거의 10킬로그램에 달하는 녀석의 뇌는 모 든 동물들의 뇌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다. 물론 그런 크기에서 지능을 추론한다 는 것은 주의를 요한다. 우선은 왜 이렇게 뇌가 거대한지를, 다시 말해 이 뇌가 어떤 기능을 하도록 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긴수염고래아목의 고래들 과는 반대로 이빨고래아목의 고래들은 선천적으로 반향정위(Echoortung. 反 響定位)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일정 용량 이상의 뉴런 그물망을 필요 로한다.



허나 향유고래의 두개골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미 언급한 경랍이다. 이 것은 왁스처럼 진득진득한 액체로, 이전 세대의 고래잡이들은 이것을 정액으 로 여겼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아직도 향유고래를 ‘정액 고래(Sperm whales)’ 라고 부른다. 그래, 축하한다! 남자들 머릿속이 섹스로만 가득하다는 거야 다 아는 말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톤씩이나 나갈까?! 아니다. 그 물 질은 사정(射桶)의 기쁨과는 별 관계가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것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어쩌면 그것은 향유고래가 경 쟁 수컷이나 선박들과 힘껏 냅다 부딪칠 수 있도록 단순히 두개골 구조를 지 지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향유고래는 우위쟁탈전에서 종종 숫양들 처럼 서로 맞부딪치기를 한다. 그런데 더 그럴듯한 다른 이론이 있다. 이 이 론에 따르면 고래는 물을 유입시킴으로써 뇌 물질의 중간 정도의 농도를 변 화시킬 수 있으며, 이렇게 함으로써 고래의 머리는 더 무거워진다. 그런 행 위는 녀석이 고속으로 수직 하강하며 잠수하는 것을 도와 녀석이 좋아하는 미끌미끌한 놈들한테로 가도록 해준다. 향유고래는 심해 3천 미터 깊이까지 도달하고, 거기서 한 시간 이상을 머무르며 거대오징어들과 드잡이를 벌이 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고래 연구가들의 생각으로는 경랍이 향유고래가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허파가 비도록 펌프질하는 것을 도와주고, 그 외에도 높은 수압 아래서 혈액 속에 거품을 만드는 질소를 흡수해가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고 믿는다. 또 다른 이들은 이 액체가 반향음을 이용하는 항해술에 모종의 영향을 끼친 다고 추측한다. 그 누구도 확실한 것을 알지는 못한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양 초를 생산하는 데 쓰였던 경랍 때문에 향유고래가 절멸의 위기에 몰리도록 사냥을 당했다는 점 이다.


향유고래는 전 세계의 모든 바다를 제집처럼 드나들지만, 그중에서도 녀 석이 선호하는 곳은 열대와 아열대 지역이다. 포경업의 시대 이전에는 틀림 없이 수 백 마리가 집단을 이루면서 대양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날의 무리는 개체수가 스무 마리까지 되는데, 무엇보다도 특히 새끼들을 다 포함해서 데리고 다니는 암컷들이 그렇다. 생식능력이 있는 수컷들은 다른 수컷들과 함께 몰려다니며 오직 교미시기에만 암컷들에게 방문을 허락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이들은 곧바로 신방을 차린다. 반면에 늙은 향유고래 수 컷은 황혼기를 홀로 보낸다. 그것도 여전히 2톤이나 되는 ‘정액’을 머리에 담 은 채 말이다. 향유고래마냥 연로한 시기를 보내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 인가.